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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한 시어머니와 유난스러운 며느리(10화)
    연재글 2023. 12. 29. 15:18

    10:  압구정동! 압구정동! 압구정동!

      나는 결혼 후 10년간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합가 초기에 시어머니와 난 가끔 커피 전문점에서 데이트를 즐겼다. 어머니의 우울증이 심각하다는 판단 하에 가족과의 지속적인 소통이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외출해 커피를 마시며 어머님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했다.

     

     물론 내가 원한 건 일방적인 듣기가 아니라 양자 간의대화였다. 하지만 늘 우리의 만남은 어머니의 모노 드라마로 끝이 나곤 했다. 최장 2시간동안 어머님의 이야기만 듣다가 어렵게 마련된 커피 데이트가 마무리된 적도 있었다.

     

     시어머니는 일찍 홀로 되신 어머니(시할머니)로부터  통제된 교육을 받고 자랐다고 한다. 이후 결혼을 하셨는데 시아버지는 시어머니에게 소홀했고, 그 결과 마음의 병이 커졌다고 하셨다. 일련의 인생의 과정에서 생긴 결핍때문에 우울증이 생긴 것 같아 나는 어머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만남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런 일방적인 소통은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또다른 만남을 기약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어머니은 항상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셨고. 나는 그 이야기를 수 백 번 들었다.

     

    내 친구가 서울대 출신이고 모 대학 교수다.’

    내 친구 아들이 유명 법무법인에 다니는 국제 변호사다.’

    내 친구 아들이 이번에 서울대 안과 의사가 되었다

    신혼 생활은 압구정동 50평대 아파트에서 시작했고 가사 도우미가 있었는데 가난했던 그녀의 본가까지 어머니가 도움을 주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부잣집 딸로 태어나 자란 어머니는 서울 유명 대학을 나와 남편(시아버지)을 만나 결혼을 해서 압구정동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는데 무능력한 시아버지가 크게 사업을 하다 부도가 나서 내 신세가 이렇게 되었다. 그래서 용인까지 이사 오게 되었다는 구슬픈 이야기다.

     

     압구정동 타령은 나와는 관련이 없고 솔직히 부동산에 관심이 없어 호기심도 없다. ‘라떼는강남은 다 밭이었고 사대문 안이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였다. 지금이야 청담, 도곡, 분당 등이 계란 노른자 땅이 돼, 거주 자체가 부의 상징이 되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과거에 거주했다는 것이 그렇게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것일까?

     

     사실 난 초등학교 재학생 아이가 둘 있지만 강남 대치동 사교육에도, 의사 만들기에도 관심이 없고 의사와 결혼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억지로 아이들을 끌고 가고 싶지 않다. 이건 나의 소신일 뿐 아이들이 따라줄 지는 미지수다. 각자의 개성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있으며 자식의 선택을 부모로서 응원하고 지지할 뿐이다.

     

     현재 집안에 자산이 많지 않아도 명문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재력가 집안을 만났더라도 그 집안의 할아버지가 과거에 불법 성매매업소로 떼돈을 벌었을 수 있다. 중소기업 회사원 사위를 만나도 내 딸을 아끼고 평생 사랑해줄 수 있고, 의사를 만나도 간통한 주제에 매일 가정 폭력을 저지를 수 있다. 돈이 없어도 둘이 계획을 세워 자산을 만들 수 있고, 남편이 돈이 많아도 바람을 습관적으로 펴서 내 딸을 피 말리게 할 수도 있다.

     

     인생은 정답이 없다. 유한한 존재이며 한계를 가진 인간이 정답을 가질 수 있는가? 나도 오늘 자다가 심장마비로 죽을 수도 있는 벌레 같은 존재일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부모 세대와 달리 난 자식들에게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냥 자기들이 원하는 걸 선택해 즐겁게 하길 기도할 뿐이다. 굳이 욕심을 가지라면 인품이 훌륭한 배우자를 만나길 바란다.

    내가 무능하고 방관적인 부모인가? 그런 면이 없지 않다.

     

    아무튼 강남 바라기시어머니의 압구정동 추억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어머니, 마이 묵었다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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