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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시어머니와 유난스러운 며느리(10화)연재글 2023. 12. 29. 15:18
10화: 압구정동! 압구정동! 압구정동! 나는 결혼 후 10년간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합가 초기에 시어머니와 난 가끔 커피 전문점에서 데이트를 즐겼다. 어머니의 우울증이 심각하다는 판단 하에 가족과의 지속적인 소통이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외출해 커피를 마시며 어머님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했다. 물론 내가 원한 건 일방적인 ‘듣기’가 아니라 양자 간의‘대화’였다. 하지만 늘 우리의 만남은 어머니의 모노 드라마로 끝이 나곤 했다. 최장 2시간동안 어머님의 이야기만 듣다가 어렵게 마련된 커피 데이트가 마무리된 적도 있었다. 시어머니는 일찍 홀로 되신 어머니(시할머니)로부터 통제된 교육을 받고 자랐다고 한다. 이후 결혼을 하셨는데 시아버지는 시어머니에게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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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시어머니와 유난스러운 며느리(9화)연재글 2023. 12. 28. 16:05
9화: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 시간 좀 내렴.” 드라마에서 주로 권위적인 시어머니가 아들이나 며느리에게 건네던 대사인데 결혼 생활 이후 오 천 번은 들은 듯싶다. 일 주일에 두 번은 어머니가 심각한 표정으로,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 잠깐 시간 좀 내렴.”이라고 말씀하시면 나와 남편은 ‘네…’하고 방으로 따라 들어가 어머니 앞에 앉는다. 그러면 어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을 이어 가신다. “얘들아! 이젠 나를 믿지 말아라. 내가 몸이 너무 아파서 더 이상 집안 살림도 못 하고 아이들도 못 돌 봐줄 것 같아. 미안하구나… 이 에미가 도움을 못 줘서…너희들도 일하느라 바쁜데...내가 집에서 반찬이라도 만들고 아이들도 돌 봐주면 너희 부부가 조금 편할 텐데… 내가 이렇게 아파서…그걸...못하니...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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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시어머니와 유난스러운 며느리(8화)연재글 2023. 12. 26. 22:11
비극의 서막, 산후조리원(하) 그날 밤, 산후조리원으로 남편이 왔다. 사실 오후에 어머니와의 통화 내용을 말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왠지 비밀로 해달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지켜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주일 뒤면 아기와 난 어디로나 가서 지내야 하는데 갈 곳이 없었다. 아무래도 남편과 상의해야 했다. “아까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어.” “응, 왜? 뭐라고 하셔?” “저기…” “말해봐…” “저기…우리 들어오지 말라고 하시네.” “뭐? 참…. 나…” “어쩌지?” “사시던 환경이 바뀔 것 같으니까 좀 예민해지셨나 봐. 자기는 신경쓰지마. 내가 아버지, 어머니한테 다 전화해서 해결해 볼 게.” “그래, 잘 얘기해봐.” 자정이 넘은 시간, 산후조리원 내 신생아실에 가 보았다. 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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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시어머니와 유난스러운 며느리(7화)연재글 2023. 12. 20. 23:00
7화: 비극의 서막, 산후조리원(상) 첫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들어가 있었던 난 노산에 재왕절개 수술을 받았던 터라 회복이 더디었다. 은퇴한 시아버님께서 용인 본가에서 아기를 직접 돌봐 주시겠다고 해서 우리는 서울 집을 정리했고 용인 본가로의 합가 준비를 완료한 상태였다. 내가 급하게 수술하느라 이삿짐 관련해서는 남편이 퇴근 후 차근차근 알아서 처리를 하고 있었다. 내가 산후조리원에서 아기와 퇴원하면 바로 본가로 가서 시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면 되는 거였다. 시부모님이 먼저 제안했고 원했던 일이므로 당연히 우리를 환영해 줄 거라 생각했다. 산후조리원 퇴원 일주일 전, 시부모님이 오전에 아기를 보러 오셨다. 더불어 나에게 안심하고 몸조리 잘하고 오라는 당부도 건네셨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그 장면은 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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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시어머니와 유난스러운 며느리 (6화)연재글 2023. 12. 19. 22:00
첫 명절, 시댁에서 일당 요구한 며느리 임신 4개월차에 그 무섭다는 '시댁에서의 첫 명절'을 맞이하게 되었다. 대한민국 며느리들이 넘어야 할 첫 관문이자 부부 갈등의 주된 원인이라는 말로만 듣던 그 전설! 다행히 시댁이 기독교 집안이라 제사는 없었다. 돌이켜보면 만약 제사까지 있었더라면 우리 부부는 아마 이 세상에 없지 않았을까,싶다. 41세 노산이라 약간 걱정은 되었지만 광장시장에서 구입한 전과 과일 등을 사 가지고 시댁으로 향했다. 시댁으로 가는 고속도로 차 안에서 너무 긴장해서인지 2시간 차를 타고 가는 것이 힘들거나 지루하지는 않았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시댁에 연락해서 임신을 핑계로 집에서 혼자라도 쉬고 싶었으나 결혼 후 ‘첫 명절 시댁 행’을 거부하기에는 임신 4개월이라는 명분이 약하다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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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시어머니와 유난스러운 며느리(5화)연재글 2023. 12. 17. 00:17
상견례 후, 그 때라도 끝을 봤어야 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애꿎은 친정 어머니에게 화풀이를 시작했다. 그 울분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이었을까? “나 헤어질 거야.” “참아! 어른들이 흔히 할 수 있는 말씀이시다.” “그래도 헤어질 거야! 어딜 감히 …’ 난 그 당시 ‘어딜 감히’란 말을 달고 살았다. 현재 지난 13년 간 '고된 인생'이라는 폭포를 맞고 철이 조금 들어서인지 이런 류의 말투를 쓰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보통 이 말은 기득권층이나 소위 꼰대들이 하는 말인데 난 근본도 없이 이 말을 달고 살았다. 그냥 자의식이 강해 누가 내 영토를 건드리면 나오는 습관적인 말투이었을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건드리면 이스라엘 지도부들이 항상 하는 말처럼. ‘어딜 감히 우릴 건드려? 너희는 이미 죽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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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시어머니와 유난스런 며느리 (4화)연재글 2023. 12. 15. 23:11
상견례 날에 끝냈어야 했다! 13년 전의 일이다. 심장이 두근두근, 드디어 상견례 날을 잡았다. 장소는 서울 명동에 위치한 ‘사보이 호텔’ 내 커피전문점으로 정했다. 이후 근처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전날 친정 어머니와 백화점에 가서 상견례용 하얀색 투피스를 샀다. 하얀색에 가까운 베이지색에 진주 같은 구슬이 치마단을 따라 박혀 있었다. 단아하고 깔끔한 옷이었다. 대학 졸업 후 계속 아르바이트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느라 이렇게 예쁜 옷을 즐겨 입을 여유가 없었는데 뒤늦은 40대 중년에 이런 옷을 입으려고 하니 매우 쑥스럽고 어색했다. 평상시엔 주로 작업복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었으니 말이다. 평소엔 편한 검은 색 바지에 더 넉넉한 검은 색 티셔츠를 즐겨 입었다. 그 날 입었던 그 옷이 아직도 옷장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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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시어머니와 유난스러운 며느리 (3화)연재글 2023. 12. 15. 15:18
시어머니는 불리하면 쓰러지신다? 결혼하고 10년간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우리 집은 사랑이 가득한 집이라 그런지, 다들 정신력이 약해서인지 시어머님이 약한 감기라도 걸리면 온 집안이 난리가 난다. 그렇지 않아도 늘 쓰러질 것처럼 다니시는 그녀는 감기 기운이 조금이라도 보일라 치면 몸 져 드러눕고 또 ‘나를 더 이상 믿지 말아라’를 반복하며 울먹이신다. “콜록콜록… 에미야, 내가 아파서 아무 것도 못 한다…이젠 나를 믿지 말아라.” “어머니, 안 믿어요. 약이나 드세요.” “에미야,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내가 이리 아픈데…” “어머니가 날 믿지 말라고 하셔서, 전 안 믿는다고 말씀드렸을 뿐이에요. 그리고 어차피 어머니가 아프시나, 안 아프시나 뭐 집안 살림이 달라지는 건 없잖아요? 어머니가 밥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