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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시어머니와 유난스러운 며느리(5화)연재글 2023. 12. 17. 00:17
상견례 후, 그 때라도 끝을 봤어야 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애꿎은 친정 어머니에게 화풀이를 시작했다. 그 울분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이었을까?
“나 헤어질 거야.”
“참아! 어른들이 흔히 할 수 있는 말씀이시다.”
“그래도 헤어질 거야! 어딜 감히 …’
난 그 당시 ‘어딜 감히’란 말을 달고 살았다. 현재 지난 13년 간 '고된 인생'이라는 폭포를 맞고 철이 조금 들어서인지 이런 류의 말투를 쓰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보통 이 말은 기득권층이나 소위 꼰대들이 하는 말인데 난 근본도 없이 이 말을 달고 살았다. 그냥 자의식이 강해 누가 내 영토를 건드리면 나오는 습관적인 말투이었을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건드리면 이스라엘 지도부들이 항상 하는 말처럼.
‘어딜 감히 우릴 건드려? 너희는 이미 죽은 목숨이다.’
라고 선전포고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상견례 후, 양가 집안 싸움으로 번져 결혼직전에 파혼을 하는 커플도 많다. 우리도 그 수순을 밟을 것 같았다.
저녁 때쯤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단 친정 어머니를 무시한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휴대 전화 벨 소리는 1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할 수 없이 ‘무슨 말을 할지 들어나 보자’라는 심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왜?”
“일단 만나자!”
“왜 만나? 우린 이미 아까 헤어졌어!”
“다 들어 줄게…일단 만나자! 자기 집 아래 그 고깃집으로 와!”
연탄불로 삼겹살로 구워 주는 고깃집이었는데 동네 아저씨들이 즐겨 가는 대포집 분위기다.
“아, 배 아파…으웩… ”
속은 쓰리고 아리고, 신물이 올라와 토할 것 같은데, 내가 누워있는 곳이 어딘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아주 익숙한 침대와 방이다
‘내 방에 와 있네? 분명 고깃집이었는데…’
이게 웬일일까? 거실에선 남자친구(현 남편)와 친정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왜 그의 목소리가 우리 집 거실에서 들리는 것일까?
휘청거리며 밖에 나가 보니 친정어머니와 남자친구가 다과상을 앞에 두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었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알코올성 치매인가? 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까?
남자친구가 해맑게 웃으며
“잘 잤어? 콩나물국 먹고 해장해야지?”
“뭐야? 어제 뭔 일 있었어? 나 몸이 왜 이리 아파? 여기저기 맞은 것 같아?”
“어이고! 그러세요? 어서 밥이나 먹어, 먹으면서 들어. 내가 다 이야기해 줄게.”
친정 어머니는 옆에서 미소를 띠며 가만히 듣고 만 계셨다.
남자친구가 묻는다.
“어디서부터 기억나?”
“그러니까…삼겹살을 구워지는 걸 보고 소주를 4병 정도 시켰지…아마?”
그의 말에 의하면,
“자기가 소주를 맥주잔에 부어서 마구마구 들이켰어. 2병 정도 완샷으로 계속 마시더니 갑자기 머리를 삼겹살 구이용 철판에 박고 그러잖아? 아주 위험하게 머리카락 끝이 탈 정도로 머리를 계속 불판에 박으려고 하면서 입으로는 계속 나한테 ‘OO새끼’라고 욕을 하고… 우리 어머니를 욕하고 아버지를 욕하더라? 그러더니 장모님한테 전화를 해서 결혼할 아이를 데리고 갈 거니 그리 알라고 하면서 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라구…대단했어!”
남자친구는 그 날 내 주사를 보고도 너무 귀여워 죽는 줄 알았다며 배꼽을 잡았고, 친정어머니는 그런 나의 민낯을 목격하고도 받아주는 남자가 어디 있냐며 바로 ‘민 서방’이라는 호칭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 날 밤, 친정 어머니의 암묵적 동의 하에 남자친구와 난 내 방에서 두 손을 꼭 잡고 잠만 잤다고 한다.
달은 참 크고 밝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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